동두천 곳곳에 숨은 오랜 맛들을 찾아서,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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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곳곳에 숨은 오랜 맛들을 찾아서


동두천시는 10여 년 전부터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지행역 인근에 대규모 주공 아파트가 건설되고 시청, 소방서, 파출소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행정기관이 이곳으로 모여 들었다. 이런 중에도 동두천 전통의 맛집들은 지역민들과 오랜 기간 소통하며 만들어 온 단골손님으로 맛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신시가지가 생겨나기 전 동두천의 중심거리였던 생연동에 맛집이 많이 몰려 있다. 

                    
                

개운한 육수의 평양냉면, 얼큰한 국물의 부대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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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과 부대찌개 모두 동두천을 방문했을 때 빼 놓기 아쉬운 맛들이다.

생연동 시장에는 평양에서 월남하여 평양냉면 고유의 맛을 실감나게 재현한 맛집이 있다. 굵게 눌러내는 국숫발은 메밀가루에 전분을 섞어 부드럽다. 가위가 필요 없다. 순 메밀 냉면도 따로 차림표에 올려놓고 있다. 손님 대부분이 타지에서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다. 서걱서걱 얼음이 시원한 국물은 담백하고 개운하다. 겨울에는 온면과 함께 꿩고기를 다져 얹은 꿩 냉면도 낸다. 물냉면 맛은 처음엔 심심하지만 이내 담백한 국물 맛에 빠지게 된다. 적당히 새큼한 묵은 지는 편육과도 기막히게 어울린다. 

지금은 의정부시에 부대찌개 골목이 생겨 부대찌개의 원조를 당연히 의정부로 아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사실 부대찌개는 동두천이나 의정부 어디에서 먼저 생겼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오산이나 송탄 역시 한국전쟁 이후 미군들이 주둔하면서 부대찌개 집이 동시다발로 생겨났다. 하지만 부대찌개가 한국전쟁 중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소시지와 고기로 끓여 먹던 잡탕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전쟁이 끝나고 찬거리가 마땅치 않았던 이 지역 주부들에게 미군 부대에서 몰래 유통되는 전투 식량은 훌륭한 식사거리였다. 전쟁 중에 시가지가 대부분 파괴되어 공사현장이 많이 생겨난 동두천과 의정부에서는 노무자들이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전 공사장 근처에서 맛보는 값싼 술안주로 부대찌개를 많이 선호했다. 부대찌개 맛집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중앙시장 순댓국, 뽀얀 국물의 설렁탕, 달콤한 떡갈비

15년 전만 해도 이곳에는 각자 원조임을 주장하는 식당들이 많았다. 지금은 식당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전통의 맛집을 두고 같은 품목으로 경쟁하던 형국이었다. 단관 극장인 생연동 동광 극장 앞 설렁탕과 아귀찜 식당에서는 평일 저녁에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영화 선택보다 관람 후에 어떤 음식을 먹을지가 지역민들의 큰 고민거리였다는 것이 동네 주민들의 전언이다.

동두천 중앙시장은 작은 시장으로 더 잘 알려진 동두천 대표 명소인데, 이곳에는 40년 이상 한 자리에서 순댓국을 조리해온 맛집들이 즐비하다. 중앙시장 여느 순댓국집에서도 순댓국을 주문하면 순대와 간을 무료로 맛볼 수 있다. 순댓국은 굳이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이 진하고 양도 푸짐하다. 
 

  • 중앙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순댓국은 양이 푸짐한 것이 특징이다.

경기 북부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설렁탕집은 동두천에 있다. 경기 북부 지역민들은 설렁탕 하면 당연히 동두천을 우선 찾는다. 동두천에는 원조 설렁탕집의 명성으로 곳곳에 생겨난 설렁탕집이 많다. 아직도 변함없는 원조 설렁탕 맛의 비결은 식당주인이 경기 북부지역 도축장을 직접 찾아가 자신의 눈으로 사골과 소뼈를 골라오는 데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설렁탕에는 맛은 물론 동두천의 자부심까지가 한껏 담겨 있다. 우유처럼 뽀얀 진국은 누린내 없이 뒷맛도 고소하다. 동두천의 설렁탕 맛을 살리는 것은 설렁탕 그 자체만은 아닌데, 상에 내는 소금은 대부분 볶은 소금을 사용한다. 찬으로 내오는 김치와 깍두기 맛에 반해 타지에서 찾아오는 단골들도 꽤 많다. 저녁에 절여 아침에 양념해 내놓는 싱싱한 겉절이와 알맞게 익혀 내는 깍두기는 탕 맛과 제대로 어우러진다. 

떡갈비, 평양냉면 등 현재 동두천에서 이름값 한다는 웬만한 식당의 주인은 대부분 실향민 2~3세대들이다. 이렇게 동두천 진미들은 한국전쟁과 관련이 깊다. 동두천 떡갈비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동두천 경기가 한창일 때 전주 태생 강옥례 할머니가 갈빗집을 열고, 갈비에 붙어있는 덧살을 먹기 좋게 다져서 얹은 것이 유래가 됐고, 훗날 떡갈비로 발전했다. 지금은 덧살뿐 아니라 갈빗살까지 다져 양념에 재웠다가 갈비뼈를 속에 넣고 떡처럼 빚어 석쇠에 굽는다. 젓가락으로 갈빗살을 들어낼 수 있고 먹기도 편해 노인들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떡갈비는 퍽퍽하지 않고 탱탱한 식감과 입안에서 퍼지는 풍미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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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맛이 가득한 '맛있는' 그 곳, 동두천! 어떤 음식을 먹을 지 고민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만다구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9년 09월 0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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